스페인어 식사 표현 총정리|“맛있게 드세요”는 있는데 “잘 먹겠습니다”는 없다?

코닥
오늘은 스페인어 식사 표현을 한 번에 정리해 볼게요!

먼저 퀴즈 하나 낼게요. 한국어로 밥 먹기 전에 하는 말, 두 가지가 있죠? “잘 먹겠습니다”와 “맛있게 드세요”예요.

이 둘, 사실 말하는 방향이 정반대예요. 이 “방향”만 알고 있으면 스페인어 식사 표현이 훨씬 빨리 들어와요!

방향? 둘 다 그냥 밥 먹을 때 하는 말 아니야?
코닥

잘 생각해 보세요.

“잘 먹겠습니다”는 먹는 사람 자신이 하는 말이에요. “제가 잘 먹을게요, 고마워요”라는 뜻이죠.

“맛있게 드세요”는 먹는 상대에게 건네는 말이에요. 말하는 사람은 안 먹어도 쓸 수 있어요. 식당 직원이 음식을 내려놓으면서 하는 말이 바로 이거예요.

그리고 스페인어의 대표 식사 표현 ¡Buen provecho!는 “맛있게 드세요” 쪽이에요!

스페인어 식사 표현의 기본 ― “방향”으로 나누면 헷갈리지 않는다

스페인어 식사 표현은 “나에게 하는 말”보다 “상대에게 건네는 말”이 훨씬 발달해 있어요. 한국어의 “잘 먹겠습니다”처럼 먹는 사람이 혼자 말하는 정해진 인사는 스페인어에 없고, 대신 옆 사람에게 “맛있게 드세요”라고 건네는 말은 아주 자주 써요.

한국어 식사 인사를 방향별로 정리하면 스페인어와 이렇게 대응해요.

한국어 식사 인사 → 스페인어(방향별)

【상대에게 건네는 말】
・맛있게 드세요 ⇒ ¡Buen provecho!(부엔 프로베초)
 ※ 스페인에서는 ¡Que aproveche!, 멕시코에서는 짧게 ¡Provecho!도 많이 써요.

【먹는 사람이 하는 말】
・잘 먹겠습니다 ⇒ 정해진 표현 없음
 ※ 대신 음식을 보고 ¡Qué buena pinta!(스페인)/¡Se ve rico!(중남미) “맛있겠다!”라고 하거나, 만들어 준 사람에게 Gracias라고 해요.
・잘 먹었습니다 ⇒ Gracias, estuvo muy rico.(고마워요, 정말 맛있었어요)

【모두에게 하는 말】
・밥 먹자!/식사하세요! ⇒ ¡A comer!(아 코메르)

아, 그럼 buen provecho를 “밥 먹기 전에 내가 하는 인사”로 외우면 틀리는 거구나?
코닥

맞아요, 그게 제일 흔한 실수예요!

음식이 나왔을 때 혼자 “Buen provecho”라고 중얼거리면, 스페인어 화자 귀에는 “(나한테) 맛있게 드세요”처럼 들려서 좀 어색해요.

buen provecho는 “같이 먹는 사람·옆 테이블 사람·먹고 있는 사람”을 향해서 쓰는 말이라고 기억해 두세요.

식사의 흐름으로 보는 스페인어 식사 표현 4단계

이 글에서는 식사 표현을 단어 목록이 아니라 식사의 시간 순서대로 배열해요. 실제로 식탁에 앉으면 이 순서대로 말이 필요해지거든요.

식사 표현의 타임라인

① 먹기 전:antojo(당기다) ⇒ “라면이 당긴다”
↓
② 먹기 시작할 때:buen provecho(맛있게 드세요)
↓
③ 먹는 중:qué rico(맛있다!)
↓
④ 다 먹은 뒤:sobremesa(식탁에 남아 이야기하는 시간)

코닥

재미있는 건, 네 단계 전부에 한국어 짝꿍 단어가 있다는 거예요.

① “당기다”, ② “맛있게 드세요”, ③ “맛있다/맛있겠다”… 한국어를 쓰는 우리는 이미 감각을 갖고 있으니까, 스페인어 단어를 거기에 붙이기만 하면 돼요!

① 먹기 전:antojo ― “당기다”의 스페인어

antojo(안토호)는 “갑자기 무언가가 먹고 싶어지는 것”, 즉 한국어의 “당기다”에 해당하는 단어예요. 스페인 왕립 학술원(RAE) 사전은 antojo를 “절박하고 일시적인, 대개 변덕스러운 욕구(Deseo apremiante y pasajero, habitualmente caprichoso)”라고 풀이해요.

동사형 antojarse를 쓰면 Se me antoja un café.(커피가 당겨.)처럼 말해요.

se me? 순서가 좀 이상한데? “나는 커피를 원한다”가 아니야?
코닥

좋은 질문이에요! 여기가 한국어 화자에게 제일 유리한 부분이에요.

한국어로 “라면이 당긴다”라고 할 때 주어는 누구예요? 라면이죠. 나는 “끌리는 쪽”이고요.

Se me antoja un café도 똑같아요. 주어는 café이고, me(나한테)는 끌리는 쪽이에요. 그래서 먹고 싶은 게 여러 개면 동사도 복수형 antojan으로 바뀌어요.

【예문】
・Se me antoja un café.
(커피가 당겨.)
・Se me antojan unos tacos.
(타코가 당긴다.)※ tacos가 복수라서 antojan
・Tengo antojo de algo dulce.
(단 게 당겨.)

se me antoja의 구조, 임신 중의 antojo, 멕시코의 길거리 음식 antojitos까지는 이 글 마지막의 관련 글 목록에서 자세히 다뤘어요.

② 먹기 시작할 때:buen provecho ― “맛있게 드세요”

¡Buen provecho!는 먹고 있는(또는 먹으려는) 사람에게 건네는 말이에요. RAE 사전은 이 표현을 “무언가가 누군가의 건강이나 안녕에 유익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나타낼 때 쓰며, 흔히 먹거나 마시는 사람에게 한다”고 설명해요.

provecho는 “이득·유익”이라는 뜻이라, 직역하면 “좋은 이득이 되기를”이에요. 한국어 “맛있게 드세요”가 맛을 빌어 준다면, 스페인어는 먹은 것이 몸에 득이 되기를 빌어 주는 셈이에요.

그럼 누가 나한테 buen provecho라고 하면 뭐라고 대답해? De nada?
코닥

아쉽지만 De nada(천만에요)는 틀려요! 상대가 고맙다고 한 게 아니니까요.

정답은 Gracias, igualmente.(고마워요, 당신도요)예요.

한국어에서도 “맛있게 드세요” 하면 “네, 맛있게 드세요” 하고 되돌려 주잖아요? 그 되돌려 주는 감각이 그대로 igualmente예요.

멕시코에서 모르는 사람에게도 “¡Provecho!”라고 하는 문화, 그리고 한국의 “잘 먹겠습니다 논쟁”과 닮은 “buen provecho는 실례인가” 논쟁은 이 글 마지막의 관련 글 목록에서 다뤘어요.

③ 먹는 중:qué rico ― “맛있다!”

한 입 먹고 “맛있다!”라고 할 때 가장 많이 쓰는 말이 ¡Qué rico!(케 리코)예요. rico는 “부자”라는 뜻으로 먼저 배우는 단어지만, RAE 사전에는 “맛있는, 풍미 있는, 기분 좋은(Gustoso, sabroso, agradable)”이라는 뜻도 올라 있어요.

코닥

여기서도 한국어가 힌트가 돼요.

우리는 음식을 보고 “맛있겠다”, 먹으면서 “맛있다”, 다 먹고 “맛있었다”라고 말을 바꾸죠. 스페인어도 똑같이 바꿔요!

맛있겠다 ⇒ Se ve rico.(보기에 맛있어 보여)
맛있다 ⇒ Está rico.(지금 맛있어)
맛있었다 ⇒ Estuvo rico.(맛있었어)

오, 한국어랑 딱 맞네! 그럼 “맛있었어”는 Estuvo rico로 하면 되는 거구나.

rico는 형용사라서 음식의 성·수에 맞춰 rico/rica/ricos/ricas로 모양이 바뀌어요. 이 부분과 “사람에게 rico를 쓰면 생기는 오해”는 이 글 마지막의 관련 글 목록에서 정리했어요.

④ 다 먹은 뒤:sobremesa ― “식탁에 남는 시간”

식사가 끝났다고 바로 일어나지 않는 것, 그게 스페인어권의 sobremesa(소브레메사)예요. RAE 사전의 풀이는 “식사를 마친 뒤 식탁에 머물러 있는 시간(Tiempo que se está a la mesa después de haber comido)”이에요.

밥 먹고 카페 가서 수다 떠는 거랑 비슷한 거지?
코닥

비슷하지만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하나 있어요.

한국은 밥 먹고 카페나 2차로 자리를 옮기죠. sobremesa는 같은 식탁에 그대로 남아요. 커피나 식후주를 시켜 놓고, 주말에는 몇 시간씩 이야기하기도 해요.

그래서 스페인 식당에서는 손님이 말하기 전까지 계산서를 가져오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다 먹었으면 직접 La cuenta, por favor.(계산서 주세요)라고 해야 해요.

“후식(postre)”과 헷갈리기 쉬운 이유, “데스크톱 컴퓨터”를 뜻하는 de sobremesa까지는 이 글 마지막의 관련 글 목록에서 다뤘어요.

실전 대화 ― 식탁 하나로 4단계를 전부 써 보기

네 단계를 실제 장면 하나에 넣어 볼게요. 친구와 멕시코 식당에 간 상황이에요.

식사 장면 대화문

【① 먹기 전】
A:¿Qué se te antoja?
(뭐 당겨?)
B:Se me antojan unos tacos al pastor.
(타코 알 파스토르가 당겨.)

【② 음식이 나왔을 때】
직원:Aquí tienen. ¡Buen provecho!
(여기 나왔습니다. 맛있게 드세요!)
A・B:¡Gracias!
(감사합니다!)

【③ 먹는 중】
B:Mmm… ¡Qué ricos!
(음… 진짜 맛있다!)※ tacos가 남성 복수라서 ricos

【④ 다 먹은 뒤】
A:Todo estuvo muy rico. ¿Pedimos un café y nos quedamos un rato de sobremesa?
(전부 맛있었어. 커피 시키고 좀 더 앉아서 얘기할까?)
B:¡Va! Y luego pedimos la cuenta.
(좋아! 그다음에 계산서 달라고 하자.)

이렇게 보니까 식사 한 번에 오늘 배운 게 다 나오네. 그렇구나!

한국어 화자에게 새로운 개념 두 가지 ― 성·수 일치와 ser/estar

식사 표현 자체는 한국어 감각으로 거의 해결돼요. 다만 한국어에 없는 문법이 두 가지 끼어 있어서, 여기서 미리 짚어 둘게요.

새 개념 1:형용사가 음식에 맞춰 모양을 바꾼다(성·수 일치)

한국어의 “맛있다”는 무엇을 먹든 모양이 그대로죠. 스페인어의 rico는 음식 이름의 성(남성/여성)과 수(단수/복수)에 맞춰 바뀌어요. 말하는 사람이 남자인지 여자인지는 상관없어요.

・el café(남성 단수) ⇒ ¡Qué rico!
・la sopa(여성 단수) ⇒ ¡Qué rica!
・los tacos(남성 복수) ⇒ ¡Qué ricos!
・las enchiladas(여성 복수) ⇒ ¡Qué ricas!

※ 같은 원리로 bueno는 남성 단수 명사 앞에서 buen으로 짧아져요. 그래서 buen provecho(× bueno provecho)예요.

코닥

처음엔 헷갈려도 괜찮아요. 뭘 가리키는지 모를 때는 그냥 ¡Qué rico!라고 해도 “이거 맛있다”라는 감탄으로 충분히 통해요.

익숙해지면 접시 위 음식 이름을 떠올리고 어미를 맞추는 연습을 해 보세요!

새 개념 2:“~이다”가 두 개 ― ser와 estar

스페인어에는 “~이다”에 해당하는 동사가 ser와 estar 두 개 있어요. 음식이 “맛있다”고 할 때는 estar를 써요.

・La sopa está rica. ⇒ 이 수프 맛있다.(지금 먹는 수프의 맛)
・Juan es rico. ⇒ 후안은 부자다.(사람의 성질)
동사 하나 바꾸면 “맛있다”가 “부자다”가 되는 거야? 무섭네…
코닥

그래서 초보 단계에서는 음식이 맛있다 = estar로 딱 묶어서 외우는 게 제일 안전해요.

앞에서 본 Está rico/Estuvo rico가 전부 estar 계열인 것도 그 때문이에요!

스페인어 식사 표현 정리

이 글에서 다룬 스페인어 식사 표현을 정리할게요.

● 한국어 식사 인사는 “방향”이 나뉘어 있다
⇒ 잘 먹겠습니다(나) / 맛있게 드세요(상대)
⇒ ¡Buen provecho!는 “맛있게 드세요” 쪽. 대답은 Gracias, igualmente(× De nada)
● “잘 먹겠습니다”에 딱 맞는 스페인어는 없다 ⇒ ¡Se ve rico!/¡Qué buena pinta!나 Gracias로 대신한다
● 식사의 흐름
⇒ ① antojo(당기다) → ② buen provecho(맛있게 드세요) → ③ qué rico(맛있다) → ④ sobremesa(식탁에 남는 시간)
● 새로운 문법 두 가지
⇒ rico/rica/ricos/ricas는 음식에 맞춘다(성·수 일치)
⇒ 음식이 맛있다는 estar(está rico), ser를 쓰면 “부자다”
코닥
식사 표현을 하나씩 더 깊게 알고 싶다면 아래 글들을 확인해 보세요!
멕시코에 가서 실제로 주문해 볼 계획이라면 마지막 글이 바로 도움이 될 거예요.

antojo 뜻|“라면이 당긴다”와 똑같은 구조, se me antoja 완전 정리
⇒ 먹기 전. 음식이 주어가 되는 구조를 한국어 “당기다”로 풀어냅니다.

buen provecho 뜻|“잘 먹겠습니다”가 아니라 “맛있게 드세요”예요
⇒ 먹기 시작할 때. 대답하는 법과 멕시코의 “모르는 사람에게도 Provecho” 문화.

qué rico 뜻|“맛있다·맛있겠다·맛있었다”를 스페인어로 구분하는 법
⇒ 먹는 중. rico가 “부자”와 “맛있다”를 동시에 뜻하는 이유와 사람에게 쓸 때의 주의점.

sobremesa 뜻|후식이 아니라 “밥 먹고 식탁에 남는 시간”
⇒ 다 먹은 뒤. 2차 문화와 비교하면 보이는 스페인어권의 식탁.

멕시코 음식 스페인어 총정리|타코 주문하는 법과 길거리 음식 단어
⇒ 실전편. 타코 주문의 뼈대와 길거리 음식 단어를 정리했습니다.

참고 자료
Real Academia Española, Diccionario de la lengua española「provecho」「antojo」「rico」「sobremesa」
SpanishDictionary.com「qué rico」「antojar」
Speak Better Spanish「Mexican Customs That Surprise Foreigners: Provecho, Greetings, and Confirming Plans」
The Local Spain「Spanish Word of the Day: ‘Sobremes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