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어 사과 표현 총정리 – lo siento, perdón, disculpa는 상대가 아니라 “상황”으로 고른다

코닥
오늘은 스페인어의 사과 표현을 통째로 정리해 볼게요!

스페인어를 배우기 시작하면 “lo siento”, “perdón”, “disculpa”가 거의 동시에 쏟아져 들어와요. 그런데 교재에는 셋 다 “미안합니다”라고만 적혀 있죠.

사실 이 셋은 “누구에게 말하는가”가 아니라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로 갈립니다. 여기만 잡으면 나머지는 전부 따라와요!

스페인어 사과는 “상하 관계”가 아니라 “무슨 일이 있었는가”로 고른다

한국어를 쓰는 우리는 사과할 때 가장 먼저 “이 사람에게 반말을 써도 되나, 존댓말을 써야 하나”를 판단합니다.

친구에게는 “미안해”, 조금 격식을 차리면 “미안합니다”, 윗사람이나 고객에게는 “죄송합니다”. 무엇을 잘못했는지와는 거의 상관없이,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단어 자체가 바뀝니다.

그런데 스페인어는 이 축이 통째로 다릅니다. 스페인어 화자는 사과할 때 “내가 지금 감정을 표현하는 건가, 이미 저지른 실수를 수습하는 건가, 아니면 이제부터 말을 걸려는 건가”를 먼저 판단해요.

아, 그럼 스페인어는 상대가 사장님이든 친구든 같은 단어를 쓸 수도 있다는 거구나?
코닥
맞아요, 바로 그 점이 제일 낯선 부분이에요!

예를 들어 “perdón”은 지하철에서 모르는 사람과 부딪혔을 때도 쓰고, 회의 중에 상사의 말을 끊을 때도 씁니다. 한국어 감각으로는 “그 두 상황에 같은 말을?” 싶지만, 스페인어 쪽에서 보면 둘 다 “작은 실례를 저질렀다”는 같은 상황이거든요.

물론 스페인어에도 공손함은 있어요. 다만 그건 단어를 바꿔서가 아니라 동사 활용을 바꿔서 표현합니다. 이건 뒤에서 자세히 볼게요!

선택 기준이 다르다

●한국어 : 상대와의 상하 관계로 고른다
 미안해 / 미안합니다 / 죄송합니다 = 같은 뜻, 다른 높이

●스페인어 :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로 고른다
 lo siento / perdón / disculpa = 다른 상황, 다른 역할

이 그림을 먼저 머릿속에 넣어 두면, 앞으로 나올 표현들이 “외워야 할 목록”이 아니라 “각자 자리가 있는 도구”로 보이기 시작합니다.

스페인어 사과 3형제 – lo siento / perdón / disculpa

먼저 가장 자주 쓰이는 세 가지를 한 줄씩 정리해 두겠습니다. 세부적인 차이는 각 항목에서 다시 볼게요.

lo siento ⇒ 마음이 아프다 · 안타깝다 (감정 · 애도)
perdón ⇒ 앗, 죄송해요 (이미 저지른 작은 실수)
disculpa / disculpe ⇒ 저기요, 실례합니다 (이제부터 말을 걸 때)

1. lo siento – 직역하면 “나는 그것을 느낀다”

lo siento는 사실 하나의 단어가 아니라 짧은 문장입니다. lo(그것을) + siento(나는 느낀다)로 이루어져 있어요.

동사 sentir는 라틴어 sentīre(느끼다)에서 온 말로, 기본 뜻이 “느끼다 · 감지하다”입니다. 여기서 “안타깝게 느끼다 → 유감이다”라는 뜻이 갈라져 나왔어요.

코닥
여기가 아주 중요한 포인트예요!

lo siento에는 “내 잘못이다”라는 성분이 들어 있지 않습니다. 들어 있는 건 “나는 그 일을 마음으로 느끼고 있다”라는 감정뿐이에요.

그래서 내가 아무 잘못을 하지 않은 장례식장에서도 Lo siento mucho라고 말할 수 있는 거죠. 한국어의 “삼가 조의를 표합니다”에 해당하는 자리입니다.

그렇구나. 그럼 반대로 별것 아닌 일에 lo siento를 쓰면 좀 이상해지는 거네?
코닥
정확해요! 어깨가 살짝 스친 정도인데 Lo siento라고 하면, 듣는 쪽은 순간 “어? 뭔가 큰일이 났나?” 하고 표정이 굳어집니다.

한국어로 치면 발을 살짝 밟고서 “정말 뭐라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라고 하는 느낌이에요. 마음은 전해지지만 무게가 안 맞죠.

lo siento 예문

・Lo siento mucho por tu pérdida.
(큰일을 당하셨다니 정말 마음이 아픕니다. ※ 상을 당한 사람에게)
・Lo siento, no puedo ir mañana.
(미안해요, 내일은 못 가요. ※ 상대를 실망시키는 소식을 전할 때)
・Siento mucho lo que pasó.
(그 일에 대해서는 정말 유감스럽게 생각해요.)

2. perdón – 이미 저지른 뒤에 던지는 한마디

perdón은 동사 perdonar(용서하다)에서 나온 남성 명사로, 원래 뜻은 “용서 · 사면”입니다. 후기 라틴어 perdōnāre가 뿌리예요.

명사이기 때문에 문장을 만들지 않고 그 자체로 툭 던질 수 있다는 게 큰 특징입니다. 한국어의 “앗!” “죄송!”처럼 반사적으로 튀어나오는 자리죠.

perdón이 나오는 전형적인 순간

●지하철에서 사람과 부딪혔을 때
●줄을 서다가 실수로 새치기했을 때
●상대의 말을 못 알아들어서 되물을 때 (=”네?”)
●회의 중에 잠깐 말을 끊을 때
●이름이나 숫자를 잘못 말했다가 정정할 때

되물을 때도 perdón이야? 그건 사과가 아니라 “뭐라고요?”에 가까운데.
코닥
좋은 질문이에요! 스페인어 화자 입장에서는 “제가 잘 못 들어서 실례를 범했습니다”라는 감각이에요.

끝을 올려서 ¿Perdón?이라고 하면 “네? 다시 한번요?”가 되고, 끝을 내려서 Perdón.이라고 하면 “죄송해요”가 됩니다. 같은 단어인데 억양으로 역할이 갈리는 재미있는 표현이죠.

3. disculpa / disculpe – 아직 아무 일도 안 일어났을 때

세 번째는 조금 성격이 다릅니다. disculpadisculpe는 동사 disculpar(용서하다 · 봐주다)의 명령형이에요. 직역하면 “봐주세요”입니다.

그래서 이 표현은 사과라기보다 “예고”에 가깝습니다. 지금부터 당신을 방해할 텐데 미리 양해해 달라는 뜻이니까요.

코닥
한국어에 딱 대응하는 말이 있어요. 바로 “실례합니다”입니다!

길을 물을 때, 가게에서 직원을 부를 때, 남의 앞을 지나갈 때. 우리가 “실례합니다”를 쓰는 자리가 그대로 disculpe의 자리예요. 스페인어 사과 표현 중에서 한국어와 가장 깔끔하게 겹치는 하나입니다.

아, 그럼 disculpa랑 disculpe는 무슨 차이야? 글자 하나만 다른데.
코닥
그게 바로 스페인어식 존댓말이에요!

disculpa는 상대를 (친한 사이의 “너”)로 부를 때, disculpeusted(정중한 “당신”)로 부를 때 씁니다. 마지막 모음 하나로 거리가 바뀌는 거죠.

disculpa / disculpe 예문

・Disculpe, ¿dónde está la estación?
(실례합니다, 역이 어디인가요? ※ 모르는 사람에게)
・Disculpa, ¿tienes un bolígrafo?
(있잖아, 볼펜 있어? ※ 친구나 또래에게)
・Disculpe la molestia.
(번거롭게 해 드려 죄송합니다.)

tú와 usted는 어미가 아니라 “동사 활용”에 나타난다

한국어 화자가 스페인어 사과 표현에서 가장 자주 헤매는 지점이 여기입니다.

한국어는 문장 끝에서 높낮이를 조절합니다. “미안해 → 미안해요 → 미안합니다”처럼 뒤에 무언가를 붙이면 공손해지죠.

스페인어는 다릅니다. 공손함이 동사의 형태 자체를 바꿔 버립니다.

높임의 위치가 다르다

●한국어 : 미안하 + 다 / 네요 / ㅂ니다끝에 붙여서 조절
●스페인어 : disculp a / e동사 자체를 갈아 끼워서 조절

※ 그래서 스페인어에는 “존댓말 어미”라는 게 따로 없습니다.

그렇구나. 그럼 “높임말을 붙여야지” 하고 뒤를 찾으면 아무것도 없는 거네.
코닥
그래서 처음에는 “이거 반말 아닌가?” 하고 불안해하는 분이 많아요.

하지만 Disculpe 한마디는 스페인어에서 충분히 정중합니다. 이미 -e라는 어미 안에 존대가 들어 있으니까요. 불안하다고 뒤에 뭔가를 더 붙일 필요는 없어요!

사과의 무게를 올리고 싶을 때

정말 잘못했을 때는 한마디로 끝내지 않습니다. 스페인어에는 무게를 단계적으로 올리는 방법이 몇 가지 있어요.

목적어를 붙여서 “나를” 용서해 달라고 하기

perdón은 그냥 던지는 한마디였죠. 여기에 “나를”을 뜻하는 me를 붙이면 무게가 확 올라갑니다.

perdona(용서해 줘)+ me(나를)⇒ perdóname(나를 용서해 줘)
disculpa(봐줘)+ me(나를)⇒ discúlpame(나를 봐줘)

붙이는 순간 문장에 “용서를 받아야 할 나”가 등장합니다. 그래서 가벼운 자리에서 쓰면 갑자기 분위기가 무거워져요.

부사와 문장으로 늘리기

무게를 올리는 표현들

・Lo siento mucho.(정말 미안해요.)
・Lo siento muchísimo.(정말이지 너무 미안해요.)
・Te pido perdón.(네게 용서를 구할게. ※ 정중하게는 Le pido perdón.)
・Perdóname, por favor.(제발 나를 용서해 줘.)
・No volverá a pasar.(다시는 이런 일 없을 거예요.)

코닥
한국어에서 “죄송합니다”만으로 부족할 때 “제가 잘못했습니다, 다시는 그러지 않겠습니다”까지 붙이잖아요? 스페인어도 똑같아요.

단어를 더 무거운 걸로 바꾸는 게 아니라, 말을 더 덧붙여서 무게를 만듭니다. 이 감각만 알면 진짜 사과를 해야 할 때 당황하지 않아요!

사과를 받았을 때 – 스페인어에는 정해진 대답이 있다

사과하는 법만 배우고 받는 법을 안 배우면 대화가 절반에서 멈춥니다. 상대가 “Perdón!”이라고 했는데 아무 말도 못 하면 어색하죠.

스페인어권에서 가장 자주 돌아오는 대답이 No pasa nada.입니다. 직역하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의역하면 “괜찮아요”예요.

어? no랑 nada, 부정하는 말이 두 개나 들어 있는데. 그럼 “일이 일어난다”가 되는 거 아니야?
코닥
수학이라면 그렇겠지만, 스페인어는 그렇지 않아요!

스페인어는 부정 일치(negative concord)라는 규칙을 가진 언어라서, nonada가 서로를 지우지 않고 함께 하나의 부정을 만듭니다.

오히려 no를 빼고 Pasa nada라고 하면 그쪽이 틀린 문장이에요. 짝을 이루는 게 정상입니다!

사과에 대한 대답들

・No pasa nada.(괜찮아요. ※ 가장 무난한 만능 대답)
・No te preocupes.(걱정하지 마. ※ 정중하게는 No se preocupe.)
・Tranquilo. / Tranquila.(진정해, 괜찮아. ※ 상대의 성별에 맞춰서)
・No hay problema.(문제없어요.)
・No fue nada.(아무것도 아니었어요.)

한국어 사과 표현을 스페인어로 옮기면

이제 방향을 뒤집어서, 우리가 평소에 쓰는 말들이 스페인어에서 어디로 흩어지는지 보겠습니다.

실례합니다(길을 묻기 전)⇒ Disculpe / Perdone
잠깐만요(지나가겠습니다)⇒ Permiso / Con permiso
앗, 죄송해요(부딪혔을 때)⇒ Perdón
네? 뭐라고요?(못 들었을 때)⇒ ¿Perdón? / ¿Cómo?
미안해(친구를 실망시켰을 때)⇒ Lo siento / Perdona
정말 죄송합니다(진지한 사과)⇒ Perdóname / Lo siento mucho
삼가 조의를 표합니다Lo siento mucho / Mi más sentido pésame

“실례합니다” 하나가 Disculpe랑 Permiso로 갈라지네. 이거 헷갈릴 것 같은데.
코닥
기준은 아주 단순해요!

말을 걸고 싶으면 Disculpe, 몸이 지나가야 하면 Permiso입니다.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지나갈 때는 Permiso, 그 사람에게 뭔가 물어보고 싶을 때는 Disculpe. 입이 나가느냐 몸이 나가느냐로 나누면 거의 틀리지 않아요.

상황별 한 장 정리

실제로 입에서 나와야 하는 순간에는 고민할 시간이 없습니다. 그래서 상황을 먼저 떠올리고 표현을 꺼내는 순서로 정리해 두겠습니다.

상황 → 표현

아직 아무 일도 안 일어났다(지금부터 말을 건다)
 ⇒ Disculpe(정중)/Disculpa(친근)

방금 작은 실수를 했다(부딪힘 · 끼어듦 · 되물음)
 ⇒ Perdón

마음이 아프다 · 안타깝다(나쁜 소식 · 애도 · 거절)
 ⇒ Lo siento(+ mucho)

진심으로 용서를 구한다(관계가 상했다)
 ⇒ Perdóname / Discúlpame / Te pido perdón

상대가 사과해 왔다
 ⇒ No pasa nada / No te preocupes

코닥
외울 게 많아 보이지만, 실제로 초보 단계에서 사고가 나는 건 딱 하나예요.

“미안합니다 = lo siento”라고 외워 버리는 것입니다. 이렇게 굳으면 부딪힐 때마다 lo siento가 튀어나와서 매번 분위기가 무거워져요.

대신 “가벼운 실수는 perdón, 마음은 lo siento, 말 걸기는 disculpe” 이 세 줄만 먼저 붙잡아 보세요!

아, 그럼 상대가 누군지 고민하기 전에 “무슨 일이 있었지?”부터 떠올리면 되는 거구나.
코닥
바로 그거예요! 그 순서만 바꿔도 스페인어 사과가 훨씬 자연스러워집니다.

더 자세히 알고 싶은 표현들

여기까지가 스페인어 사과 표현의 전체 지도입니다. 각각을 더 깊이 파고들고 싶다면 아래 글들을 이어서 읽어 보세요.

lo siento · perdón · disculpa의 차이 – 셋을 가르는 진짜 기준
세 표현이 겹치는 지점과 갈라지는 지점을 예문으로 하나씩 비교합니다.

perdóname의 뜻 – perdona와 무엇이 다른가
목적어 me가 붙는 순간 사과의 무게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살펴봅니다.

no pasa nada의 뜻 – 사과를 받았을 때 돌려주는 한마디
“괜찮아요”의 대표 표현과, 스페인어 이중 부정의 원리를 정리했습니다.

disculpe와 disculpa의 차이 – 모음 하나로 갈리는 거리감
tú와 usted가 동사 활용에 어떻게 나타나는지 자세히 다룹니다.

스페인어 사과 표현 정리

●스페인어의 사과 표현은 상대와의 상하가 아니라 “무슨 일이 있었는가”로 고른다
⇒ 한국어의 미안해/죄송합니다와는 선택의 축 자체가 다르다
lo siento=직역 “나는 그것을 느낀다” ⇒ 감정 · 애도 · 안타까움
perdón=명사 “용서” ⇒ 이미 저지른 작은 실수 뒤에 던지는 한마디
disculpa / disculpe=동사 disculpar의 명령형 ⇒ 이제부터 말을 걸 때의 “실례합니다”
●공손함은 어미가 아니라 동사 활용으로 표현된다(disculpa ⇔ disculpe)
●사과를 받으면 No pasa nada로 받아친다(no와 nada는 짝을 이루는 게 정상)
참고 자료
「Wiktionary – perdón / disculpar / lo siento / no pasa nada / sentir
「Wikipedia – Spanish verbs
「Spanish with Daniel – Permiso, disculpa, perdón, lo siento!
「Mexperience – When Saying Sorry in Spanish Gets Complica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