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밥 용어 총정리|샤리·네타·가리·아가리, 스시야에서 쓰는 일본어를 3층으로 이해하기

코닥
오늘 다룰 일본어는 「すし(스시)」를 둘러싼 어휘 전체예요!

스시라는 말은 한국에서도 거의 한국어처럼 쓰이죠. 그런데 가게에 앉으면 갑자기 샤리, 네타, 가리, 아가리 같은 낯선 말이 쏟아집니다.

사실 이 단어들은 아무렇게나 흩어져 있는 게 아니라 ‘세 개의 층’으로 깔끔하게 나뉘어요. 그 층만 잡으면 초밥 일본어는 하루면 정리됩니다!

먼저 확인|’스시’는 생선이 아니라 ‘식초 밥’이라는 뜻

초밥 어휘를 정리하기 전에, 가장 먼저 고쳐야 할 오해가 하나 있습니다.

스시(すし)의 정체는 ‘생선’이 아니라 ‘식초로 간을 한 밥’이라는 점이에요.

일본어 すし의 어원은 ‘시다’를 뜻하던 옛 형용사 「酸し(스시)」입니다. 원래 스시는 생선과 밥을 함께 발효시켜 오래 보관하던 저장식품이었고, 그 ‘시큼함’이 그대로 음식 이름이 되었죠.

에도 시대에 들어와 발효를 기다리지 않고 식초를 직접 섞는 방식이 퍼지면서 지금 우리가 아는 초밥이 되었습니다.

어? 그럼 스시라는 이름 안에 ‘생선’은 아예 안 들어 있는 거야?
코닥

전혀 안 들어 있어요! 그래서 유부초밥(いなり)이나 오이김밥(かっぱ巻き)처럼 생선이 하나도 없는 것도 당당히 스시고요.

반대로 사시미는 생선인데도 스시가 아니에요. 기준이 ‘식초 밥이 있느냐’ 하나뿐이거든요!

한국어 ‘초밥’은 세계에서 가장 정확한 번역어입니다

여기서 한국어 학습자에게 아주 유리한 사실이 하나 있어요.

영어권은 그냥 sushi, 프랑스어권도 sushi, 태국어도 ซูชิ 라고 소리만 빌려 씁니다. 그래서 그 나라 사람들은 ‘스시=생선’이라는 오해를 좀처럼 벗어나지 못해요.

그런데 한국어에는 초(醋)+밥, 즉 ‘식초를 넣은 밥’이라는 뜻의 고유한 단어가 이미 있습니다.

이름이 이미 정답을 말하고 있다

・일본어 すし ⇒ 어원 「酸し」= 시다
・한국어 초밥초(식초)+밥

⇒ 두 단어 모두 ‘생선’이 아니라 ‘신맛 나는 밥’을 가리키고 있음

아, 그럼 우리는 이미 정답을 알고 있으면서 몰랐던 거구나?
코닥

바로 그거예요! 그래서 한국 사람은 초밥 어휘를 배울 때 출발선이 한 칸 앞에 있는 셈이에요.

확인하는 방법도 아주 쉬워요. 김밥과 비교해 보면 되거든요!

김밥과 초밥은 ‘밥의 간’에서 갈라집니다

겉모습만 보면 김으로 만 김밥과 마키즈시는 비슷해 보이지만, 결정적인 차이는 재료가 아니라 밥에 무엇을 넣었는가예요.

【김밥】
밥에 참기름+소금 ⇒ 고소하고 부드러운 맛이 중심

【초밥(마키즈시)】
밥에 식초+설탕+소금을 섞은 ‘배합초’(일본어로 合わせ酢/あわせず) ⇒ 산뜻한 신맛이 중심

그래서 김밥에 아무리 참치나 계란을 넣어도 초밥이 되지 않고, 반대로 오이 하나만 넣어도 밥이 식초 밥이면 그건 스시가 됩니다.

초밥 어휘는 ‘3층 구조’로 되어 있어요

이제 본론입니다. 초밥 가게에서 들리는 일본어는 아래 세 층으로 나뉩니다. 이 분류가 이 글의 핵심이에요.

1층|전 세계가 이미 아는 말 ⇒ 스시・와사비・사시미
2층|가게에서 보긴 하는데 뜻은 모르는 말 ⇒ 샤리・네타・가리
3층|주방에서만 쓰는 은어(符牒/후초) ⇒ 아가리・무라사키・교쿠・나미다

위로 올라갈수록 아는 사람이 줄어드는 구조네. 3층은 아예 처음 들어 봐.

1층|다 아는 말인데, 뜻이 조금씩 어긋나 있는 층

1층은 한국에서도 그대로 통하는 말들입니다. 다만 현지에서 실제로 가리키는 범위가 미묘하게 다르다는 게 함정이에요.

  • すし(스시):식초 밥을 쓴 음식 전체. 생선 유무와 무관
  • わさび(와사비):매운맛을 내는 향신료. 다만 우리가 먹는 초록색 튜브의 정체는 따로 있음
  • さしみ(사시미):생선 살만 썬 것. 밥이 없으므로 스시가 아님
코닥

특히 와사비는 이야깃거리가 정말 많아요. 시중에 파는 초록색 와사비 대부분은 사실 진짜 와사비가 아니거든요!

자세한 내용은 아래 글에 따로 정리해 두었어요.

わさび(와사비)의 뜻|진짜 와사비와 초록색 튜브의 정체, 고추냉이와 서양고추냉이의 차이

2층|가게에 늘 있는데, 이름을 몰랐던 층

2층부터가 진짜 재미있는 구간이에요. 눈으로는 매번 보면서 이름은 몰랐던 것들입니다.

2층 어휘

シャリ(샤리)= 식초로 간을 한 밥, 즉 초밥의 밥 부분
・불교에서 유골을 뜻하는 「舎利(사리)」에서 왔다는 설이 유명해요. 하얀 쌀알이 그것을 닮았다는 데서 나온 말입니다

ネタ(네타)= 밥 위에 얹는 재료(생선・계란 등)
・재료를 뜻하는 「たね(타네)」를 거꾸로 뒤집어 만든 말이에요

ガリ(가리)= 함께 나오는 분홍색 생강 절임
・씹을 때 나는 소리 「ガリガリ(가리가리)」에서 온 이름입니다

잠깐, 그럼 ‘네타’는 뒤집은 말이야? 한국에서 인터넷 밈 얘기할 때 쓰는 그 ‘네타’랑 같은 단어인가?
코닥

네, 뿌리가 같은 말이에요! 원래 ‘재료・소재’라는 뜻이라서, 초밥에서는 ‘밥 위 재료’, 방송이나 개그에서는 ‘이야깃거리’가 된 거죠.

그리고 가리는 이름의 유래가 특히 귀여워요. 소리에서 온 이름이거든요!

ガリ(가리)의 뜻|초밥집 생강 절임 이름은 ‘아삭’ 소리에서 나왔습니다

3층|손님은 몰라도 되지만, 알면 재미있는 은어(符牒) 층

3층은 「符牒(후초)」라고 부르는 업계 은어입니다. 원래는 주방과 홀 직원끼리 손님에게 들리지 않게 주고받던 신호였어요.

【대표적인 후초】
あがり(아가리)= 차(お茶)
むらさき(무라사키)= 간장. 색이 짙은 자줏빛이라서
ぎょく(교쿠)= 계란말이. 「玉子(타마고)」의 玉을 음으로 읽은 말
なみだ(나미다)= 와사비. 매워서 눈물이 나니까
げそ(게소)= 오징어 다리

간장이 ‘보라색’이라니 재미있다. 근데 ‘나미다=눈물’은 좀 웃긴데?
코닥

그렇죠? 은어는 이렇게 비유가 살아 있는 말이라서 외우기도 쉬워요.

다만 여기엔 아주 중요한 주의점이 있어요. 이 말들은 원래 ‘가게 쪽 사람’이 쓰는 말이라는 점이에요!

あがり(아가리)의 뜻|초밥집에서 차를 이렇게 부르는 이유와, 손님이 쓰면 안 되는 이유

손님이 써도 되는 말 / 안 쓰는 게 나은 말

초밥 어휘를 배우면 왠지 다 써 보고 싶어지지만, 실제 가게에서는 선이 있습니다.

손님이 자연스럽게 써도 되는 말
ガリ(가리):이미 일반 명사처럼 굳어졌어요
ネタ/シャリ:맛 이야기를 할 때 쓰면 자연스럽습니다
にぎり/さしみ:메뉴 이름이므로 당연히 OK

손님이 쓰면 어색해지는 말
あがり(아가리):가게 쪽 용어예요. 그냥 「お茶ください」가 훨씬 자연스러워요
むらさき/ぎょく:아는 척처럼 들리기 쉬워요
おあいそ:원래 가게가 손님에게 미안함을 표하며 쓰던 말이라, 손님이 쓰면 뜻이 뒤집힙니다. 계산은 「お会計おねがいします」

그렇구나. 단어를 아는 것보다 누가 쓰는 말인지를 아는 게 더 중요하네.
코닥

정확해요! 일본어 학습에서 늘 중요한 포인트죠.

사전의 뜻만 보면 다 같은 ‘차’와 ‘간장’이지만, 말에는 각자의 자리가 있어요. 그 자리를 아는 순간 그 언어의 안쪽이 보이기 시작해요!

‘회’를 아는 한국인이라서 더 잘 보이는 것들

한국은 초밥 어휘를 배우기에 아주 유리한 나라입니다. 왜냐하면 날생선을 먹는 자기 문화와 자기 단어를 이미 갖고 있으니까요.

회(膾)는 한자 문화권에서 오래 쓰인 말로, 논어에도 「膾不厭細(회는 가늘게 썬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라는 구절이 나올 만큼 역사가 깁니다. 즉 한국인은 ‘날로 먹는 생선’을 부르는 이름을 원래부터 갖고 있었던 셈이에요.

코닥

그래서 한국 학습자는 「さしみ」를 ‘회’로 바로 이해할 수 있어요. 다른 나라 사람들이 제일 헤매는 지점을 그냥 건너뛰는 거죠!

대신 한국 사람만의 다른 벽이 하나 생겨요. ‘회=사시미’라고 완전히 같다고 생각해 버리는 것이에요.

어? 회랑 사시미가 다른 거야? 둘 다 생선 썬 거잖아…
코닥

겹치는 부분이 크지만 썰기・숙성・먹는 방법이 꽤 달라요. 한국은 활어회의 쫄깃한 식감, 일본은 선어(숙성)회의 감칠맛을 중심에 두거든요.

이 차이는 にぎり와 さしみ를 나눠 보면 가장 선명해져요!

にぎり와 さしみ의 차이|한국의 ‘회’와는 무엇이 다를까

한 끼의 흐름으로 외우는 초밥 일본어

마지막으로, 단어를 따로따로 외우는 대신 가게에 들어가서 나올 때까지의 순서에 얹어 봅시다. 이렇게 하면 훨씬 오래 남아요.

초밥집 한 끼 코스로 보는 어휘

① 자리에 앉는다 ⇒ おしぼり(물수건)
② 주문한다 ⇒ おまかせ(셰프에게 맡기는 코스)/おこのみ(먹고 싶은 것만 낱개로)
③ 나온다 ⇒ にぎり(밥 위에 얹은 것)/さしみ(생선만)
④ 구성 ⇒ シャリ(밥)+ネタ(재료)
⑤ 찍는다 ⇒ しょうゆ(간장. 주방 은어로는 むらさき)
⑥ 입가심 ⇒ ガリ(생강 절임)
⑦ 마무리 ⇒ お茶(주방 은어로는 あがり)
⑧ 계산 ⇒ お会計おねがいします

아, 이렇게 보니까 단어가 아니라 하나의 장면으로 들어오네!

정리|초밥 어휘, 이것만 잡으면 됩니다

すし의 어원은 「酸し(시다)」 ⇒ 기준은 생선이 아니라 식초 밥
● 한국어 초밥(醋+밥)은 그 정의를 그대로 담은 정확한 이름
● 어휘는 1층(스시・와사비・사시미) → 2층(샤리・네타・가리) → 3층(아가리・무라사키・교쿠)의 3층 구조
● 3층 은어는 가게 쪽 사람의 말이므로 손님은 알아두기만 해도 충분
● 한국인은 ‘회’라는 자기 단어가 있어 유리하지만, 그만큼 회=사시미로 뭉뚱그리기 쉬움
참고 자료
語源由来辞典「寿司/鮨/鮓/すし」(https://gogen-yurai.jp/sushi/
위키백과「스시」(https://ko.wikipedia.org/wiki/스시
위키백과「회 (음식)」(https://ko.wikipedia.org/wiki/회_(음식)
ウィキペディア「握り寿司」(https://ja.wikipedia.org/wiki/握り寿司
ウィキペディア「ガリ」(https://ja.wikipedia.org/wiki/ガリ