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na 뜻 완벽 정리|’라나’는 왜 멕시코에서 ‘돈’이 될까? 양털이 지갑이 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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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배울 스페인어 단어는 ”lana”예요!

읽는 법은 「라나」. 사전을 펼치면 첫 번째 뜻은 아주 평범하게 「양털」이라고 나와 있어요.

그런데 멕시코 사람들은 이 단어를 하루에도 몇 번씩 「돈」이라는 뜻으로 씁니다. 양털이 어쩌다 지갑 속으로 들어간 걸까요?

엥? 양털이 돈이라고? 그거 완전 뜬금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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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뜬금없다」는 느낌이 바로 오늘 글의 출발점이에요!

사실 이 연결에는 수백 년짜리 사연이 숨어 있고, 게다가 스페인어에는 lana 말고도 「천」이나 「끈」이 돈을 뜻하는 단어가 줄줄이 있답니다. 하나씩 풀어 볼게요!

lana(라나)의 뜻 ― 사전에 나란히 실린 「양털」과 「돈」

”lana(발음: 라나【여성명사】)”는 기본적으로 「양털」, 그리고 구어에서는 「돈」을 뜻하는 단어입니다.

재미있는 건 이 두 번째 뜻이 인터넷 유행어가 아니라 정식 사전 항목이라는 점이에요. 스페인 왕립학술원(RAE)의 Diccionario de la lengua española를 보면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lana(Del lat. lana.)
f. Pelo de las ovejas y de otros animales, que se hila y sirve para tejer.
f. Hilo de lana. / f. Tejido de lana. / f. Vestido de lana.
f. despect. coloq. Pelo largo, especialmente cuando está desaliñado.
f. coloq. dinero (‖ moneda corriente).
f. C. Rica. Musgo o liquen.

한국어역:(라틴어 lana에서)
여성명사. ①양이나 다른 동물의 털. 실을 자아 천을 짜는 데 쓴다.
②모직 실. ③모직물. ④모직 옷.
⑤경멸·구어. 긴 머리카락(특히 부스스한).
⑥구어. 돈(=통용 화폐).
⑦코스타리카. 이끼.

※참고·인용「Real Academia Española, Diccionario de la lengua española」

잠깐, 「돈」 뜻 옆에 나라 이름이 안 붙어 있네? 다른 뜻에는 「코스타리카」라고 써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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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썰미가 아주 좋으세요! 그게 이 단어의 첫 번째 핵심이에요.

RAE 사전은 특정 나라에서만 쓰는 뜻에는 반드시 국가 라벨을 붙여요. 그런데 lana의 「돈」 뜻에는 「coloq.(구어)」만 붙고 국가 라벨이 없습니다.

즉 사전이 보기에 이건 멕시코 전용어가 아니라 스페인어권 전반의 구어라는 뜻이에요!

다만 실제 사용 빈도는 이야기가 조금 다릅니다. lana를 「돈」의 대표 단어로 매일 굴리는 곳은 단연 멕시코예요.

멕시코 현지 사전인 Diccionario del español de México(DEM, 엘 콜레히오 데 메히코 편찬)를 보면, lana 항목이 아예 Ⅰ「양털」 / Ⅱ「돈」 두 덩어리로 크게 갈라져 있습니다.

lana s f
1 Pelo del borrego y otros animales, del que se hacen hilos y tejidos
2 Tela o hilo hechos de pelo de borrego

Ⅱ(Popular)
1 Dinero: “Tiene mucha lana en el banco”, “No tengo nada de lana”, “Préstame una lana”, “A la hora de la hora no quiso soltar la lana”, gente de lana, andar sin lana
2 Una (buena) lana Mucho dinero

한국어역:여성명사.
Ⅰ ①양과 그 밖의 동물의 털(실과 천을 만든다). ②그 털로 만든 천이나 실.
Ⅱ(서민적 구어)①돈. ②una (buena) lana = 많은 돈.

※참고·인용「El Colegio de México, Diccionario del español de Méxi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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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어 이미지를 한 줄로 잡아 볼게요.

lana는 「손으로 움켜쥘 수 있는, 쌓아 둘 수 있는 재산 덩어리」예요.

숫자로 딱 떨어지는 「금액」이 아니라, 뭉텅이로 존재하는 부(富)에 가까운 감각이랍니다. 그래서 「양털 한 뭉치」와 이미지가 겹치는 거예요!

아, 그럼 한국어로 치면 「돈」보다는 「돈뭉치」나 「목돈」 쪽 느낌인 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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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그 감각이에요! 다만 lana는 큰돈뿐 아니라 「차비 정도의 돈」에도 쓰이니까, 실제로는 「돈」 자리에 통째로 갈아 끼워도 대부분 통해요.

한국어 「쩐」이나 「실탄」이 주는 살짝 거친 생활 밀착형 느낌이 제일 가깝다고 보시면 돼요!

lana 기본 예문

【돈이 있다·없다】
・Tiene mucha lana en el banco.
(걔 은행에 돈 엄청 많아.)
・No tengo nada de lana.
(나 돈이 하나도 없어.)

【빌리다·내놓다】
・Préstame una lana.
(나 돈 좀 빌려줘.)
・A la hora de la hora no quiso soltar la lana.
(막상 결정적인 순간이 되니까 돈을 안 내놓으려고 하더라.)

【양털의 뜻으로】
・un suéter de lana
(모직 스웨터)

※위 예문 중 “Tiene mucha lana en el banco”, “No tengo nada de lana”, “Préstame una lana”, “A la hora de la hora no quiso soltar la lana”, “un suéter de lana”는 「Diccionario del español de México」 수록 예문입니다.

lana의 발음과 문법 ― 「돈」일 때는 복수형을 쓰지 않는다

철자가 짧아서 만만해 보이지만, 한국어 화자가 딱 두 군데에서 미끄러지는 단어입니다.

1. 강세는 앞, l은 「ㄹ」이 아니라 영어 l

lana는 LA-na, 즉 앞 음절에 강세가 옵니다. 「라」가 아니라 「나」예요.

주의할 곳은 첫소리 l입니다. 한국어의 ㄹ은 혀가 입천장을 튕기고 지나가는 소리(탄설음)라서, 그대로 발음하면 스페인어 화자 귀에는 r처럼 들릴 위험이 있어요.

스페인어 l은 혀끝을 윗니 뒤 잇몸에 붙인 채로 멈춰 두고 소리를 내는, 영어 love의 l에 가까운 소리입니다. 「ㄹ」을 튕기지 말고 붙였다 떼는 느낌으로 연습해 보세요.

잠깐, 튕기면 r처럼 들린다고? 그럼 rana가 되는 거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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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그거예요! rana는 스페인어로 「개구리」랍니다.

「돈 좀 빌려줘」가 「개구리 좀 빌려줘」가 되면 곤란하겠죠? 이 l/r 구분은 lana 하나만의 문제가 아니라 스페인어 발음 전체의 기초라서, 여기서 습관을 잡아 두면 두고두고 이득이에요.

2. 「돈」 뜻일 때는 lanas라고 하지 않는다

lana는 -a로 끝나는 여성명사입니다. 그래서 관사는 la lana / una lana 형태가 돼요.

여기서 초보자가 자주 하는 실수가 있습니다. 「돈이 많다」니까 복수로 muchas lanas라고 쓰는 것이죠. 하지만 「돈」의 뜻일 때 lana는 단수로만 씁니다.

한국어의 「물」이나 「쌀」처럼 덩어리로 존재하는 명사로 취급하기 때문이에요. DEM이 「돈」 항목의 두 번째 뜻에 una (buena) lana라고 굳이 sing(단수) 표시를 남겨 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lana 형태 정리

⭕ mucha lana(돈이 많다)/❌ muchas lanas
⭕ una lana(돈 얼마간, 목돈)/❌ unas lanas
⭕ sin lana(돈 없이)

※단, 「양털」의 뜻일 때는 종류를 셀 수 있어서 lanas finas(고급 모직들)처럼 복수도 가능합니다.

그렇구나. 「돈」일 때는 물처럼 세지 않는다는 거네. 이건 좀 헷갈릴 뻔했어.

실전! lana를 얹어 쓰는 회화 패턴 5가지

단어 뜻을 알아도 「어디에 끼워 넣지?」가 막막하죠. lana는 다섯 개의 틀만 외우면 일상 회화가 거의 해결됩니다.

1. tener lana / no tener lana ― 있다·없다의 기본형

가장 많이 듣는 형태입니다. 동사 tener(가지고 있다)와 붙어서 「돈이 있다 / 돈이 없다」가 돼요.

양을 강조하고 싶으면 앞에 mucha(많은)나 nada de(전혀 ~없는)를 얹습니다.

【예문】
・¿Tienes lana?
(너 돈 있어?)
・No tengo nada de lana.
(나 돈 한 푼도 없어.)
・Ese güey tiene mucha lana.
(쟤 돈 진짜 많아.)

2. una lana / una buena lana ― 「얼마간의 돈」과 「큰돈」

부정관사 una가 붙으면 뉘앙스가 달라집니다. una lana「돈 얼마간, 목돈 하나」라는 덩어리 감각이 돼요.

여기에 buena를 끼워 넣은 una buena lana는 DEM이 아예 별도 항목으로 실어 둔 표현으로, 「꽤 큰돈, 한몫」을 뜻합니다.

【예문】
・Les salió en una lana arreglar el coche.
(차 고치는 데 돈이 꽤 들었대.)
・Yo que tú les cobraba una buena lana por hacerlo.
(나 같으면 그거 해 주고 한몫 두둑하게 받겠다.)

※위 두 문장은 「Diccionario del español de México」 수록 예문입니다.

3. soltar la lana / aflojar la lana ― 「돈을 (마지못해) 내놓다」

여기서부터가 진짜 현지 표현입니다. soltar는 「손에서 놓다」, aflojar는 「느슨하게 풀다」라는 뜻의 동사예요.

둘 다 lana와 붙으면 「돈을 내놓다, 지불하다」가 되는데, 여기에는 「쥐고 있던 걸 억지로 놓는다」는 뉘앙스가 진하게 깔립니다.

실제로 DEM은 aflojar의 서민 구어 뜻을 「Dar dinero, generalmente en forma obligada(돈을 주다, 보통은 어쩔 수 없이)」라고 못박아 두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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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두 표현의 그림이 정말 재미있어요.

꽉 쥔 주먹 안에 양털 뭉치가 들어 있다고 상상해 보세요. 그걸 손가락을 하나씩 펴서(aflojar) 놓아 준다(soltar)는 그림이거든요.

그래서 이 표현들은 「기쁘게 지불한다」가 아니라 「아까워하면서 겨우 낸다」 쪽에 훨씬 가깝답니다!

오, 그럼 한국어 「지갑을 열다」랑 비슷한 느낌이겠네. 열기 싫은데 여는 그거.

【예문】
・Ya suelta la lana.
(야, 그만 좀 내놔.)
・No quiere aflojar ni un quinto.
(한 푼도 안 내놓으려고 해. ※quinto=5센타보 동전, DEM 수록 예문)

4. gente de lana / lanudo ― 「돈 있는 사람」

gente de lana는 직역하면 「양털의 사람들」, 즉 「돈 있는 사람들, 부유층」입니다. DEM의 lana 항목에도 그대로 실려 있어요.

그리고 여기서 파생된 형용사가 lanudo입니다. 원래 뜻은 「털이 북슬북슬한」인데, 멕시코 구어에서는 「돈이 아주 많은」이 돼요.

lanudo adj
1 Que está cubierto de lana, que tiene mucha lana
2 (Popular) Que es muy rico; que tiene mucha lana: “Don Aníbal es un hombre muy lanudo y, como suele suceder, muy codo”

한국어역:형용사. ①털로 덮인, 털이 많은. ②(서민적 구어)아주 부유한.
예문 한국어역:“아니발 씨는 아주 부자인데, 흔히 그렇듯 엄청난 구두쇠다.”

※참고·인용「El Colegio de México, Diccionario del español de México」

헐, 「털북숭이」가 「부자」라니. 근데 왠지 그림은 딱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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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죠! 「털이 두툼하게 붙어 있는 양」=「재산이 두둑한 사람」이라는 그림이 그대로 살아 있어요.

참고로 예문에 나온 codo는 원래 「팔꿈치」인데, 멕시코에서는 「짠돌이, 구두쇠」라는 뜻으로도 씁니다. 「부자인데 짠돌이」라는 조합이 어느 나라에나 있나 봐요!

5. andar sin lana ― 「요즘 돈이 없다」

동사 andar는 「걸어 다니다」이지만, 「요즘 ~한 상태로 지내다」라는 뜻으로도 아주 많이 씁니다.

그래서 andar sin lana「요즘 주머니가 비어 있다」는, 일시적인 상태를 나타내는 표현이 돼요.

¿Vamos por unos tacos? — Ando sin lana, güey.
(타코 먹으러 갈래? — 나 요즘 돈 없어, 임마.)
※거절할 때 가장 자주 쓰는 실전 문장.

Está bien caro. — Sí, se necesita una buena lana.
(이거 진짜 비싸다. — 그러게, 돈 꽤 있어야겠는데.)

Yo te presto, pero luego me sueltas la lana, ¿eh?
(내가 빌려줄게, 근데 나중에 꼭 갚아야 돼?)

왜 하필 「양털」이 돈이 됐을까 ― 사전이 말하는 것과 말하지 않는 것

이제 진짜 궁금한 거! 왜 양털이 돈이 된 거야? 누가 처음 그렇게 불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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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중요한 질문이 나왔네요! 그런데 먼저 솔직하게 말씀드릴 게 있어요.

RAE도 DEM도, 「돈」이라는 뜻이 어떻게 생겼는지는 적어 두지 않았습니다.

RAE가 lana 항목에 적은 어원은 딱 한 줄, 「Del lat. lana(라틴어 lana에서)」뿐이에요. 이건 「양털」이라는 단어 자체의 어원이지, 「돈」 뜻의 유래가 아니거든요.

그래서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설명들은 대부분 학술적으로 확정되지 않은 가설입니다. 대표적인 세 가지를 정직하게 라벨을 붙여 소개할게요.

가설 ① 양털이 곧 재산이던 시대의 기억

가장 널리 받아들여지는 설명입니다. 양털은 이베리아 반도에서 수백 년간 최대의 부(富)였어요.

중세 카스티야 왕국의 메리노 양모는 유럽 전역으로 팔려 나갔고, 양 떼를 가진 사람이 곧 자산가였습니다. 「양털이 얼마나 있느냐」가 「재산이 얼마나 있느냐」였던 것이죠.

이런 감각이 언어에 얼마나 깊이 박혀 있는지는, 스페인어의 유명한 속담 하나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Ir por lana y volver trasquilado
직역:양털을 가지러 갔다가 (자기가) 털이 깎여서 돌아오다
뜻:이득을 보러 갔다가 오히려 손해를 보고 돌아오다. 혹 떼러 갔다 혹 붙여 오다.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에만 네 군데 등장할 만큼 오래된 표현입니다.
(“Muchos van por lana y vuelven tresquilados” 등)

※참고·인용「Centro Virtual Cervantes, Refranero multilingü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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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속담이 중요한 이유가 있어요.

여기서 lana를 가지러 간다는 건 그냥 「털을 사러 간다」가 아니라 「이득을 보러 간다」는 뜻이거든요.

lana=이익·재산이라는 등식이 이미 수백 년 전 속담 속에 살아 있었다는 증거예요!

오, 그럼 「돈」 뜻이 멕시코에서 갑자기 생긴 게 아닐 수도 있는 거네.

가설 ② 멕시코 섬유 산업의 황금기

두 번째는 멕시코 현지에서 자주 이야기되는 설명입니다. 근대 멕시코에서 면·모직 섬유 산업이 크게 번성하면서, 이 사업으로 큰돈을 번 사람들이 많았다는 것이죠.

「lana를 많이 가진 사람=부자」라는 연결이 여기서 굳어졌다는 이야기입니다.

다만 이 설명은 사전이나 학술 문헌이 채택한 것이 아니라 민간에서 널리 공유되는 해석이라는 점을 함께 기억해 두세요.

가설 ③ 「vellón설」 ― 그럴듯하지만 사전이 부정한다

세 번째 설명은 꽤 그럴듯해서 자주 인용되는데, 사전을 펼쳐 보면 오히려 반박됩니다.

스페인어 vellón이라는 단어에는 「양털 한 장(플리스)」이라는 뜻과, 「옛날 화폐의 합금」이라는 뜻이 함께 있습니다. 그래서 「양털=화폐니까 lana도 돈이 된 것」이라는 설명이 나오는 거예요.

그런데 RAE 사전은 이 둘을 번호가 다른 별개의 표제어로 갈라 두었습니다.

RAE 사전의 vellón 표제어 비교

vellón¹Del lat. vellus.
= 라틴어 vellus(양털)에서. 뜻은 「깎아 낸 양 한 마리분의 털」

vellón²Del fr. billon.
프랑스어 billon에서. 뜻은 「옛날 화폐를 만들던 은·구리 합금」

⇒ 두 단어는 어원이 완전히 다른 동음이의어입니다.

헐, 그냥 우연히 소리가 같았던 거야? 완전 속을 뻔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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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답니다! 어원 이야기에는 이런 「그럴듯한 함정」이 정말 많아요.

사전이 표제어에 ¹²처럼 번호를 나눠 놓았다면, 그건 학술원이 「이 둘은 남남입니다」라고 선언한 거예요. 사전을 읽을 때 이 번호를 보는 습관을 들이면, 인터넷 어원 이야기에 잘 안 속게 된답니다!

확실한 것 하나 ― 스페인어에는 「소재→돈」 계열이 무더기로 있다

어원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아주 확실한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lana는 외톨이가 아니라는 것이에요.

RAE 사전에서 「돈」을 뜻하는 구어 단어들을 모아 보면, 천·실·끈처럼 손으로 만지는 소재가 줄줄이 등장합니다.

RAE에 등재된 「소재계」 돈 단어들

lana(양털)⇒ f. coloq. dinero=돈
tela(천, 직물)⇒ f. coloq. Dinero, caudal=돈, 재산
guita(삼으로 꼰 가는 끈)⇒ f. coloq. Dinero contante=현금
pasta(반죽)⇒ f. coloq. dinero=돈
plata(은)⇒ f. Am. Dinero o riqueza=돈, 재산(중남미 전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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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개 중 세 개가 실·천·끈이에요! 이 정도면 우연이라고 보기 어렵죠.

스페인어에는 「돈=손으로 만질 수 있는 재료 뭉치」라는 사고방식이 아주 넓게 깔려 있다고 보는 게 자연스럽습니다.

lana는 그 큰 흐름 위에 올라탄 단어인 거예요!

그렇구나. 한 단어만 이상한 게 아니라, 아예 그런 성격의 언어인 거네.

한국어의 돈 속어와 비교하면 보이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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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한국어를 옆에 놓고 보면 차이가 확 드러나요.

한국어에도 돈을 부르는 말은 정말 많죠. 쩐, 실탄, 총알, 배춧잎, 세종대왕, 목돈, 푼돈…

그런데 이것들이 만들어진 방식을 보면, 스페인어와 결이 꽤 다르답니다!

한국어의 돈 속어를 유형별로 나눠 보면 대략 이렇게 정리됩니다.

  • 화폐 자체를 가리키는 한자에서:쩐(錢에서 온 말)
  • 지폐의 생김새에서:배춧잎(초록빛 지폐), 세종대왕(지폐 속 인물)
  • 비유에서:실탄, 총알(싸울 때 필요한 탄약이라는 비유)
  • 돈의 크기·상태에서:목돈, 푼돈, 뭉칫돈, 밑천

여기서 눈여겨볼 점은, 「양털」처럼 원재료·상품 그 자체가 곧 돈을 뜻하게 된 예가 거의 없다는 것입니다.

가장 비슷해 보이는 「배춧잎」조차, 배추가 재산이어서가 아니라 지폐가 초록색이라서 붙은 이름이에요. 즉 생김새 비유이지, 「배추=부(富)」라는 등식이 아닙니다.

어? 근데 옛날엔 한국에서도 쌀이나 베로 물건값을 치르지 않았어? 그럼 똑같은 거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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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날카로운 지적이에요! 맞습니다, 한국에도 똑같은 역사가 있었어요.

표준국어대사전에는 「포화(布貨)」라는 단어가 이렇게 실려 있어요.

포화(布貨)【역사】화폐로 사용하던 베

베(천)가 실제로 돈이었던 시대가 한반도에도 분명히 있었던 거죠!

그렇다면 차이는 어디에 있을까요? 「그 뒤에 단어가 어떻게 됐는가」입니다.

한국어에서 「베」는 제도가 사라지면서 「돈」이라는 뜻을 남기지 않고 원래 뜻으로 돌아갔습니다. 「포화」는 역사 용어로만 남았고요.

반면 스페인어의 lana는 양털 경제가 끝난 뒤에도 「돈」이라는 뜻만 떼어 내 살아남았습니다. 그것도 오늘날 멕시코 사람들이 매일 쓰는 현역 단어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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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의 「지위」를 비교해 보면 이 차이가 더 선명해져요.

lana의 「돈」 뜻 ⇒ RAE 표준 사전에 정식 등재
배춧잎·쩐의 「돈」 뜻 ⇒ 표준국어대사전에는 등재되어 있지 않음

(표준국어대사전에서 「배춧잎」은 「배추의 잎」이라는 뜻만 실려 있고, 「쩐」은 검색 결과가 아예 0건이에요.)

아, 그러니까 lana는 한국어로 치면 「쩐」인데, 국어사전에 당당하게 실려 있는 「쩐」인 거네. 그건 좀 신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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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비유예요! 그래서 lana는 「슬랭인데 사전에 있는 말」이라는, 조금 특이한 위치에 서 있어요.

초보자 입장에서는 이게 오히려 안심 포인트랍니다. 사전이 인정한 말이니까 「이거 써도 되나?」 하고 너무 겁먹지 않아도 되거든요!

조심! 중미에서는 lana가 「돈」이 아니다

여기서부터가 초보자가 반드시 알아 둬야 할 함정입니다.

중남미 22개 학술원이 함께 만든 Diccionario de americanismos(ASALE)에서 lana를 찾아보면, 「돈」 뜻은 아예 나오지 않고 전혀 다른 뜻이 먼저 등장합니다.

lana
Ⅰ 1. adj/sust. Gu, Ho, ES, Ni. Referido a persona, oportunista.
2. m-f. Ho. Persona que saca provecho de los demás valiéndose del engaño.
Ⅱ 1. adj/sust. Ho, ES, Ni. Referido a persona, timadora.
2. m-f. Gu. Persona soez y malhablada.
Ⅲ 2. Ho, CR. lama, musgo.

한국어역:
Ⅰ ①(과테말라·온두라스·엘살바도르·니카라과)사람에 대해 말할 때: 기회주의적인.
②(온두라스)속임수를 써서 남에게서 이득을 취하는 사람.
Ⅱ ①(온두라스·엘살바도르·니카라과)사람에 대해 말할 때: 사기꾼 같은.
②(과테말라)상스럽고 입이 험한 사람.
Ⅲ ②(온두라스·코스타리카)이끼.

※참고·인용「Asociación de Academias de la Lengua Española, Diccionario de americanismos」

헐, 사기꾼?! 그럼 「Eres muy lana」 같은 말 했다가는 큰일 나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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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그 문장은 중미에서 절대 쓰면 안 되는 문장이에요!

과테말라·온두라스·엘살바도르·니카라과에서 사람을 두고 lana라고 하면 「너 사기꾼이야 / 기회주의자야」가 됩니다.

포인트를 정리하면 이래요. lana를 「사물·금액」에 쓰면 돈, 「사람」에게 직접 붙이면 위험! 이 구분만 기억해 두세요.

참고로 중미에도 lana를 돈의 뜻으로 쓰는 흔적이 남아 있긴 합니다. RAE에는 엘살바도르에서 쓰는 관용구가 이렇게 실려 있어요.

azotar alguien la lana
loc. verb. El Salv. Dar dinero, pagar.

한국어역:동사구. 엘살바도르. 돈을 주다, 지불하다.

※참고·인용「Real Academia Española, Diccionario de la lengua española」

돈을 뜻하는 단어, 나라별 기본값 지도

「돈」을 뜻하는 구어 단어는 나라마다 기본값이 다릅니다. 사전 라벨을 그대로 지도 위에 올려 보면 이렇게 돼요.

「돈」 슬랭 분포 지도

멕시코lana/varo(=페소, 돈)/feria(=잔돈, 돈)
※varo와 feria는 DEM에 「Popular」 라벨로 등재

중미(과테말라·온두라스·엘살바도르·니카라과) ⇒ 사람에게 쓰면 「사기꾼」이 되니 주의

중남미 전반plata(RAE 라벨: Am.)
※아르헨티나·콜롬비아·칠레 등에서 가장 무난한 선택

스페인pastatelaguita
※「pasta gansa」는 「엄청난 큰돈」이라는 뜻으로 RAE에 등재

어디서나 안전dinero(표준어)

그렇구나. 그럼 남미 가면 lana 말고 plata를 쓰면 되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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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해요! plata는 RAE가 「Am.(중남미)」라는 넓은 라벨을 붙여 둘 만큼 통용 범위가 넓어요.

멕시코에서도 plata는 다 알아듣습니다. 그러니 「멕시코에서는 lana, 그 외 중남미에서는 plata, 헷갈리면 dinero」 이 세 줄만 외워 두시면 어디서도 곤란할 일이 없어요!

lana, 써도 되는 자리와 피해야 할 자리

lana는 비속어(욕)가 아닙니다. 상대를 깎아내리는 뜻도 없고, RAE에도 무례함을 나타내는 라벨은 붙어 있지 않아요.

다만 RAE가 coloq.(구어), DEM이 Popular(서민적 구어)라고 못박아 둔 만큼, 격식 있는 자리에는 어울리지 않습니다.

lana 사용 가이드

⭕ 써도 좋은 자리
・친구·동료·홈스테이 가족과의 잡담
・시장, 노점, 택시에서의 가벼운 흥정
・SNS 댓글, 메신저

❌ 피하는 게 좋은 자리
・은행 창구, 계약서, 업무 이메일, 발표(⇒ dinero를 쓸 것)
・처음 만난 손윗사람이나 거래처
사람을 가리켜 lana라고 부르는 것(중미에서 「사기꾼」)

△ 애매할 땐
dinero가 언제나 정답입니다. 뜻은 같고 위험이 전혀 없어요.

그렇구나. 욕은 아닌데 「반말 느낌」이라는 거네. 은행에서는 안 쓰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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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그 감각이에요! 한국어로 「돈」이라고 할 자리에 「쩐」을 쓰는 느낌이라고 생각하시면 정확해요.

그리고 하나만 더! 여행 중에 lana를 먼저 꺼내 쓰기보다는, 현지 사람이 쓰는 걸 듣고 따라 쓰는 순서가 제일 안전하고 자연스러워요.

lana의 뜻과 쓰임 총정리

이상, 스페인어 lana에 대한 정리입니다.

lana는 「양털」을 뜻하는 여성명사이자, 구어로 「돈」을 뜻하는 단어(RAE: f. coloq. dinero)
⇒ 코어 이미지는 「손으로 움켜쥘 수 있는 재산 덩어리」
⇒ 한국어로는 「쩐 / 돈 / 목돈」 정도의 감각

발음은 「나」(앞 강세). l은 혀끝을 붙였다 떼는 소리 ⇒ 튕기면 rana(개구리)가 되니 주의

문법 ⇒ 「돈」의 뜻일 때는 단수로만 사용(⭕ mucha lana / ❌ muchas lanas)

핵심 패턴 5종 ⇒ ①tener / no tener lana(돈이 있다·없다) ②una (buena) lana(목돈·큰돈) ③soltar / aflojar la lana(아까워하며 돈을 내놓다) ④gente de lana · lanudo(부유층·부자) ⑤andar sin lana(요즘 돈이 없다)

어원 ⇒ RAE도 DEM도 「돈」 뜻의 유래는 적어 두지 않음. 양털=재산이던 시대의 기억이라는 설이 유력하지만 미확정
⇒ 「vellón(양털=화폐)설」은 사전상 어원이 다른 동음이의어라 성립하지 않음(vellón¹=라틴어 vellus / vellón²=프랑스어 billon)

확실한 사실 ⇒ 스페인어에는 tela(천)· guita(삼끈)· pasta(반죽)처럼 「소재→돈」 단어가 무더기로 존재

지역 주의 ⇒ 중미(과테말라·온두라스·엘살바도르·니카라과)에서 사람에게 lana를 쓰면 「기회주의자·사기꾼」이라는 뜻
⇒ 멕시코는 lana, 그 외 중남미는 plata, 헷갈리면 dinero

Kodak

오늘 배운 lana는 멕시코 회화에서 매일 튀어나오는 생활 단어예요. 시장, 식당, 친구와의 잡담 어디에서든 만나게 될 거예요!

그리고 오늘 연습한 「사전의 라벨과 번호를 읽는 법」은 앞으로 어떤 단어를 만나도 그대로 써먹을 수 있는 무기랍니다. 어원 이야기에 속지 않는 힘이 생기거든요!

그렇구나! 일단 오늘은 「Ando sin lana」부터 입에 붙여 봐야지. 왠지 제일 자주 쓸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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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 아주 현실적인 선택이네요! 그 문장 하나만 자연스럽게 나와도 「어? 얘 좀 아는데?」 소리를 듣습니다.

다음에는 lana와 세트로 굴러다니는 varo, feria 같은 단어들도 함께 살펴봐요!

참고문헌
「Real Academia Española, Diccionario de la lengua española(lana / vellón / tela / guita / pasta / plata / trasquilar 항목)」
「El Colegio de México, Diccionario del español de México(lana / lanudo / aflojar / varo / feria 항목)」
「Asociación de Academias de la Lengua Española, Diccionario de americanismos(lana 항목)」
「Centro Virtual Cervantes, Refranero multilingüe(Ir por lana y volver trasquilado 항목)」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포화(布貨) / 배춧잎 / 실탄 항목)」